요즘 따라 자주 피곤하고, 밥을 먹고 나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다. 건강검진표에 적힌 '공복혈당 99'라는 숫자가 처음엔 별 의미 없게 느껴졌지만, 그게 바로 췌장이 보낸 조용한 경고였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 점심에 회사 근처에서 해물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식사 후 30분쯤 지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화면은 흐릿해지고, 이메일 한 줄을 읽는 데 몇 분이 걸렸다. ‘요즘 왜 이렇게 자꾸 피곤하지…?’ 나는 평소 밥을 잘 안 먹는다. 어릴 적부터 쌀의 식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쌀보다는 두부나 브로콜리, 달걀처럼 담백하고 가벼운 음식이 내겐 더 잘 맞았다. 그런데도, 식후의 무기력함이나 나른함이 자꾸 반복되는 건 왜일까? 진짜 문제는, 내가 뭘 ‘먹지 않는가’가 아니라 먹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