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팀원은 눈물을 보였다.
얼마 전, 40대 여성 팀원이 나지막이 말했다.
“팀장님, 저 요즘 자꾸 숨이 안 쉬어져요.”
여느 때처럼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업무 성과도 좋았고, 주변 평판도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최근 그녀는 갱년기 증상으로 잠을 푹 못 자고,
때때로 찾아오는 열감으로 사무실 난방을 꺼서 다른 직원들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고 (겨울이었다)
치매 초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사춘기 아이의 입시 스트레스까지 함께 감당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직원으로 보여야 하고,
집에서는 엄마이자 딸이자 아내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하루 24시간으론 너무 부족해요…”
그녀는 결국 병가를 냈고, 조직에서도, 가정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는 말만 남겼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또한, 40대인 친구들 직장 동료들은 모두
크고 작은 ‘중년의 충돌(midlife-collision)’을 겪고 있었다.
💥 ‘중년의 위기’가 아닌 ‘중년의 충돌’입니다
우리는 흔히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말을 들어왔다.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갑작스러운 변화 욕구에 휩싸이는 시기.
하지만 중년의 위기는 주로 개인적인 내면의 혼란에 집중된 개념이다.
그에 반해 영국의 경영 코치 루시 라이언(Lucy Ryan)은 최근 더 현실적이고 명료한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중년의 충돌(Midlife Collision)’ 이다.
이는 **중년 여성들이 겪는 복합적인 역할과 환경의 ‘과부하 상태’**를 뜻한다.
갱년기, 자녀 진로, 부모 병환, 조직 내 책임, 건강 문제…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 중년의 여성들은 숨 쉴 틈 없이 흔들린다.
🔍 중년의 위기와 충돌, 무엇이 다른가요?
구분 |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 | 중년의 충돌(midlife collision) |
핵심 초점 | 내면의 혼란, 삶의 회의 | 외부 환경과 역할의 과부하 |
주된 감정 | 허무함, 방황 | 숨막힘, 번아웃, 압박감 |
대표 사례 | 충동적 퇴사, 변화 욕구 | 조용한 병가, 과로, 번아웃 후 퇴장 |
주 대상 | 남성 중심(기존 개념) | 여성에게 더 자주 나타남 |
시사점 | 성찰의 계기 | 지원과 이해가 필요한 현실 상황 |
🧩 우리가 잘 몰랐던 것
중년의 충돌은 대부분 ‘일시적인 사건들의 총합’ 일 수 있다.
- 부모님은 결국 떠나시고, 아이들은 자라고 독립하며, 갱년기 또한 지나간다.
하지만 그 시기엔 지속적인 과부하와 외로움이 몰려온다.
그리고 많은 40,50대 여성들은 회사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루시 라이언은 말한다.
“그 여성들이 회사를 떠난 건, 야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순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40대 리더로서, 직장 동료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루시 라이언은 조직 내 리더에게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권한다:
“단순한 성과 확인이 아니라,
직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살피는 질문이 필요하다.”
💬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이다.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최근 많이 지쳐 보여요.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 “지금 가장 힘든 건 어떤 부분인가요?”
- “일이 너무 많다면,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같이 찾아볼까요?”
이건 ‘관리’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팀워크를 위한 진짜 리더십이다.
🤝 40대 또래 동료로서 할 수 있는 것
리더나, 관리자만이 누군가의 중년의 충돌을 살필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세대를 함께 걷는 동료로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사실, 동년배 또래 동료의 눈빛만으로도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줄 수 있다.
💬 예를 들어 이런 말들이다.
1. "나도 그래요" — 공감은 조언보다 힘이 세다
- “저도 요즘 정말 집중이 잘 안 돼요. 밤에 자꾸 깨서요.”
- “엄마 병원 다니시는 거, 저도 병행하고 있어서… 마음이 좀 붕 떠 있네요.”
- “요즘 왜 이리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상대는 조심스레 마음을 열게 된다.
✔️ 우리는 서로 ‘지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2.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 감정의 공간 열어주기
- “요즘 좀 힘들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 “제가 커피라도 한잔 사드릴까요? 바람 좀 쐬러 나가실래요?”
- “오늘 말수 적으셔서 신경 쓰였어요. 그냥 들어드릴게요.”
✔️ 해결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 단지 ‘괜찮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3. “이야기 나누고 싶은 날 있으면 언제든지요” — 존재 자체가 리소스
- "시간 되면 같이 점심 먹어요. 그냥 수다 떨자고요."
- "저는 요즘 글 쓰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혹시 그런 거 있으세요?"
✔️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전달되어도
✔️ 상대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다
📌 작은 한마디가 40대 중년의 조용한 퇴사를 막을 수도 있다
조직은 '말 안 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을 종종 뒤늦게 알아챈다.
하지만 40대 같은 세대 동료만큼은, 그 변화를 더 먼저 알아챌 수 있다.
🌱 40대 커리어웰니스란, 함께 버티는 것
우리는 지금껏 직장에서 성공만을, 혹은 빠른 승진과 성과만을 추구해 왔을지 모르지만
40대는 일 하는 직장에서도 ‘숨통’이 트는 방식을 고민할 때다.
- 오래 함께 일하려면
- 서로의 '중년의 충돌'을 알아채고
- 필요할 땐 잠시 멈추는 여지를 관대하게 허용해 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40대 커리어웰니스의 시작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40대 리더, 부서원, 혹은 혼자 버티고 있는 사람이든
혹시 "중년의 충돌"에 해당되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업무성과나 앞으로 또 나아가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요즘 괜찮으세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일상의 안부를 서로에게 더 자주 건네는 40대 리더이자 직장 동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중년의 충돌"을 겪는 40대라면 좋아요와 댓글 통해서 공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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