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커리어

4,50대에게 "동안"보다 빛나는 것 : 주름의 미학

40scareerwellness 2025. 3.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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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이 아름다움의 전부일까요? 주름은 내가 얼마나 웃어왔는지를 말해줍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변화, 건강한 나이듦, 그리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름의 미학’을 함께 나눠봅니다.

 

주름은 내가 얼마나 웃어왔는지를 말해준다.

젊음은 화려하지만, 나이 듦은 깊이 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 쌓여온 감정, 경험, 표정 하나하나가 얼굴에 스며들어 만드는 것이 바로 '나이 듦의 얼굴'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배우 안성기의 눈가의 깊은 주름이 좋았다. 많이 웃고, 따뜻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한 주름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눈가 주름 (출처:한국일보 웹싸이트)

 

하지만 사회는 오랫동안 동안(童顔)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주름을 감추고, 새치를 염색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해야 '관리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린 꽤나 "젊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 또한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사회를 사는 모든 이들은 조금 더 젊어보이기 위한 노력을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디어 속에서 익숙하지 않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0대 모델이 주름진 얼굴로 보그 표지에 등장했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장년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로레알은 60대 이상의 여성 모델을 기용해 'See the Beauty' 캠페인을 선보였고, Dove 도 'Beauty Never Gets Old'라는 캠페인을 했었다. 바디샵(The Body Shop)은 나이 든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주름과 흰머리를 강조한 광고를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을 통해 나이 듦에 담긴 고유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순간부터 나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안성기의 눈가 주름처럼, 삶이 남긴 표정이 좋다. 

보그(Vogue) 매거진에서 공개된 로레알 캠페인 표지, 주름이 있지만 기품있는 표정의 50대 여성의 모습에는 어떤 필터도 없었고, 꾸밈도 없었지만, 오히려 담백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 사진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어릴 적 좋아했던 배우 안성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눈가 주름은 많이 웃고, 따뜻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표정이었고, 나는 그 주름이 참 좋았다.

Vogue에 실린 로레알 캠페인 (출처 : https://www.campaignlive.co.uk/article/loreal-vogue-challenge-beauty-perceptions-50/1587434)

 

그제야 깨달았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주름은 살아온 시간의 품격을 말해준다는 것을. 나이 듦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빛나는 무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즈음, 30대 중후반 무렵 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내 얼굴의, 다른 사람들의 얼굴의 주름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젊음'만을 좇는 시대를 지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메시지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돌 같은 외모'가 이상적 기준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긍정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름다움은 건강한 태도와 삶에서 비롯된다

아름다움은 결국, 건강한 삶과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우리 가족은 평소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젊어 보이는 것'보다도 유연한 생각과 건강한 몸, 그리고 균형 잡힌 삶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40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단지 겉모습이 아닌 살아온 방식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이런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 것은, 내가 나이 들며 자연스럽게 '건강'과 '삶의 가치'에 대해 더 자주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의 방식, 지속가능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지향하는 지금, 나이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점은 더없이 자연스럽고 또 소중하고 귀하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로레알(L'Oréal)이다. 로레알은 2023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See the Beauty' 캠페인을 전개하며, 60세 이상의 여성 모델 앤디 맥도웰(Andie MacDowell), 헬렌 미렌(Helen Mirren), 제인 폰다(Jane Fonda) 등을 기용해 '긍정적 나이듦(positive aging)' 메시지를 전했다. 이 캠페인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었고 #AgeIsNotAnIssue 해시태그와 함께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이 캠페인은 보그 UK와 협업해 패션 매거진 커버에 중장년 여성 모델을 세우는 등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도전하는 미디어 전략으로도 주목받았다.

(출처: Campaign Live 기사, Vogue, 2023년 3월 8일자 “L'Oréal Paris Champions Age-Positive Beauty in New Campaign”) 

 

국내 브랜드 중에서도 설화수가 2020년에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을 통해 나이듦의 미학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 캠페인은 '아름다움에는 정해진 시기가 없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모든 생애 주기 속에 각자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철학을 전달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중년 여성들의 삶과 얼굴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상과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설화수의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

 

국내외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이런 캠페인이 나한테 시사하는 바는 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외모를 바라보는 감정과 시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선 또한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거울 속 주름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 나의 시간과 감정, 삶의 흔적이 "고귀하고, 의미있게" 투영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사회도 점차 '젊음' 중심의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애 주기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조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사회가 누구를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미디어 속 외모의 모습이 이제 '젊음'에 갇히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방식과 건강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초고령 사회, 달라진 소비 주체와 아름다움의 기준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장년층은 더 이상 '은퇴 소비자'가 아닌 가장 강력한 '미래형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202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 세대는 '삶의 질'을 위한 소비에 아낌없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 자신을 위한 투자'가 소비 트렌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모 관리', '건강', '자기계발' 분야에서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OECD 또한 203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가 전 세계에서 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이 15조 달러 규모의 소비력을 가진 세대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즉, 나이듦을 '은퇴'나 '소극적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성숙한 소비자층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이제는 필수적인 시대다. 그렇기에 로레알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중장년 모델을 기용하고, 설화수가 '아름다움은 자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또한 단순한 광고 이상의 사회적 변화의 흐름이라 느껴진다.


나이 듦은 멈춤이 아닌 또 다른 성장입니다

나이듦은 또 하나의 성장

 

나는 영어 표현 중에 'growing old'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늙어가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성장을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걸 growing(성장하다)라는 단어에 내포하고 있어서 인것 같다. 한국어에는 아직 그 의미를 온전히 담을 단어가 부족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나이 듦은 멈춤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성장이라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마주할 때

주름 하나하나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따뜻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나, 꽤 잘 살아오고 있구나.

그 마음이 바로 당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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